[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설 전후 지지율 20% 돌파를 자신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의도와는 반대로 부침을 겪으면서 자의반타의반 단일화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안 후보 측은 현 지지율 하락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면서 20%가 넘는 부동층을 겨냥한 도덕성·전문성 부각 전략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다.
안 후보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직전 조사 전보다 2.8%포인트 떨어진 7.5%의 지지율에 그쳤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이날 발표한 조사에서도 2.3%포인트 떨어진 8.3%에 머물렀다. 20%에 육박하는 지난달 고공행진 효과는 무색해졌다. 여타 여론조사 나침반도 모두 한 자릿수를 가리키면서 선거비용 보전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 후보와 국민의당은 표면적으로는 최근 흐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여론조사, 특히 쏟아지는 대부분의 조사가 ARS인 점을 감안하면 신뢰도가 극히 낮다는 지적이다. 안 후보는 이날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G3 디지털경제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지지율 부진에 대해 "ARS 여론조사 말고 면접조사를 자세히 보면 이전과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선대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지지율이 하향 조정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당 후보 지지율을 합치면 70% 내외로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황으로 어느 후보에게 기울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양당 후보들이 각각 30% 중후반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은 본인들의 능력이라기보다는 진영정치에 기댄 결과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여론조사마다 부동층이 20~25%에 이르는데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결국 아직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유권자가 많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후보 측은 대선까지 남은 한 달여 동안 강점인 도덕성과 전문성을 내세워 부동층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안 후보가 이날 "계속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저의 도덕성, 저희 가족,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한 정책적인 준비나 파악 정도에 대해 국민들께 제대로 알리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선 선대위 관계자도 "앞으로 양당 후보의 계속되는 도덕성 리스크, 토론회 등 지지율이 오를 요소는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최근 여야의 잇단 단일화 구애도 더해지면서 가뜩이나 '철수 정치' 이미지가 강한 안 후보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안 후보의 힘이 빠질수록 단일화는 계속 언급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안 후보의 지지율이 더 올랐으면 국민의당에서 절대 단일화를 안 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현재 안 후보가 하락세이기 때문에 상황 자체가 단일화가 가능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제3의 정당이 살아남기 어려운 진영정치 구조를 생각할 때 단일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치 다양화를 짓밟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고 했다.
안 후보에게서도 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안 후보는 이날 양당의 단일화 구애에 선을 그으면서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말로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이전까지 '안일화(안철수로 단일화) 외 단일화는 없다'며 완강했던 입장과 달리 진정성 있게 뭍밑 협상을 제의해 온다면 용인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이 평론가는 "안 후보는 이미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하지 하지 않았느냐"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에 무게를 실었다. 박 교수도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이 70%라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10% 정도"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글래드 여의도 호텔에서 열린 'G3 디지털경제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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