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과학기술 인재 집중 육성을 주문하면서 교육부가 돌연 '반도체 벼락치기'에 열중하는 형국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관련 인재를 길러내야 할 필요는 있지만 교육부가 산업 발전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15일 오전 세종청사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산업 생태계 학습 포럼을, 오후에는 반도체 인재양성 특별 미션팀(특별팀) 제1차 회의를 열었다. 하루에만 반도체 관련 일정을 2개나 개최한 것이다.
특히 특별팀 제1차 회의의 경우 갑작스레 추가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기존 일정 2건을 취소하기도 했다. 특별팀은 첨단분야 인재 양성 정책과제를 발굴·협의하고 관련 현장을 점검·관리하기 위해 꾸렸다. 장상윤 차관을 팀장으로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와 연구기관이 참여한다.
교육부가 이처럼 반도체에 집중하는 건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국무회의 발언 때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교육부에 '경제부처적 사고'를 강조하며 "첫번째 의무는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라고 주문한 바 있다.
다만 교육부의 성격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의 발언이 다소 거칠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경제부처가 아닌 사회부처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장관 또한 사회부총리직을 겸하며 사회부처들의 중심 역할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발언과 교육부의 행보는 교육계에서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교육의 목적은 이윤추구도, 경제를 위한 도구도 아니"라며 "인간의 성장을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교육에 대한 대통령의 철학이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는 걱정도 된다"며 "대통령은 교육의 의미와 목적을 다시 한번 성찰해 주셨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또한 이날 연 기자간담회에서 "학생은 산업 발전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며 "산업 인재 양성으로 교육의 목표가 협소화하거나 도구화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정부의 첨단산업 인재 육성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교육부가 여기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면 가뜩이나 입지가 좁아진 인문·사회·예체능과 같은 학문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다만 이런 우려에도 교육부는 반도체 인재 양성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장상윤 차관은 이날 "교육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인재양성을 중요한 책무로 인식하며 교육부의 핵심 업무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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