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인 정순신(57·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가 지난 24일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25일 사의를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에 임명한 지 하루 만입니다.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검찰에서 함께 근무했던 이력으로 주목받았죠.
이에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검사 출신이 요직에 발탁돼온 윤석열 정부의 인사상 특징이 재차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현 정부의 인사 검증 능력을 향한 지적도 야권을 중심으로 빗발칠 전망입니다.
검찰 출신 정순신, ‘아들 학폭 논란’에 스스로 물러나
정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저희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수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그의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동급생에게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행사하고 전학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도마에 올랐습니다. 2017년 한 자립형사립고에 다니던 정 변호사의 아들은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동급생에게 8달간 언어폭력을 가해 이듬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심과 재재심을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정 변호사 측은 ‘전학 처분이 지나치다’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학교의 조치가 부당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해 학생은 정신적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상적인 학업 생활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날 윤 대통령의 정 변호사 국수본부장 임명은 그간 윤 대통령과 가깝다고 알려진 검찰 출신 인물을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사정·감독기관 등에 기용한 정부의 인사 흐름과 일치합니다. 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 시절에 당시 서울지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근무했습니다. 대검찰청 부대변인으로 재직했을 때는 윤 대통령이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이었고, 윤 대통령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법연수원 동기입니다.
이 밖에도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인물은 여러 국가기관의 주요 자리에 배치돼 있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대통령실에는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윤재순 총무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소속돼 있습니다.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 김남우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이완규 법제처장도 검찰 출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UAE 순방 성과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야 불문 사퇴 요구…민주당, ‘인사 참사’ 공세 강화 태세
정 변호사의 사의 표명에 앞서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왔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잔인한 학교폭력 소재를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가 현실에 나온 것 같아 충격”이라며 “한국 사회의 권력이 자녀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그 잘못마저도 덮어주는 씁쓸한 자화상을 보여준 대표적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아빠가 법조계라 재판 걸어도 이긴다며 지속적으로 가해를 일삼은 아들의 학폭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후 대처 과정에 법조 권력을 동원해 아들을 변호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라며 “정의당은 정순신 본부장 임명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정 본부장을 겨냥해 “자녀의 학교폭력 자체도 부적절하지만, 학폭위의 처분에 불복해 수차례 소송을 내고 모두 패소한 것은 더 큰 문제”라며 “사퇴하라”라고 했습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은 정 본부장의 임명을 오늘 당장 취소해야 한다”며 “법을 안다는 검사 아버지가 법적 소송으로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준 잘못을 저질렀다”고 비판했습니다.
정 변호사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정부의 인사를 ‘참사’로 규정해온 민주당을 주축으로 윤 대통령을 향한 야권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검찰 수사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 민주당으로서는, 검찰 출신 경찰 수사조직의 수장이 논란 끝에 낙마한 만큼 현 정부의 인사를 두고 공세의 수위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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