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올해 우리 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른바 '3고' 늪에 빠져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정부는 연초부터 상반기 부진한 경기가 하반기에 반등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했지만 1년 가까이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는 1%대 저성장이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습니다.
25일 주요 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 초반에 그칠 전망입니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진 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1954년 이후인 1956년(0.6%), 1980년(-1.6%), 1998년(-5.1%), 2009년(0.8%), 2020년(-0.7%) 등 총 다섯 차례뿐입니다.
25일 주요 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1%대 초반에 그칠 전망이다. 표는 기관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표=뉴스토마토)
정부는 지난해 12월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마저도 앞서 제시한 전망치(2.5%)보다 0.9%포인트 하향한 수준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 한파는 예견된 수순이었습니다.
당시 1.6%의 성장률은 정책 효과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로 우리 경제가 처한 냉엄한 현실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하반기에 갈수록 세계 경제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낙관론을 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경제는 여전히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비틀대고 있습니다.
서민경제 부담 '고물가'
특히 올해 우리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은 소비자물가는 1년 가까이 잡히지 않는 등 서민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3% 오르는 등 4개월 연속 3%대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올해 1월 5.2%로 출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4.8%), 3월(4.2%) 4%대로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후 4월(3.7%), 5월(3.3%) 3%대, 6월(2.7%)과 7월(2.3%)에는 2%대까지 내려갔지만 8월(3.4%) 들어 3%대로 다시 뛴 물가는 9월(3.7%), 10월(3.8%), 11월(3.3%) 4개월 연속 3%대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을 3.6%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 역시 당초 정부가 제시한 전망치(3.3%)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준입니다. 사실상 정부의 물가 관리 정책이 효과를 거두진 못한 셈입니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 대비 3.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는 소비자물가 추이(표=뉴스토마토)
고금리 장기화, 기초체력 '흔들'
뿐만 아닙니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물가에 고금리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가계의 전반적인 기초 소비 체력도 크게 떨어트렸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3.5%로 높인 뒤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금리는 지난 2008년 11월(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더욱 닫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실제 외식·여행 등을 중심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최근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4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소비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였습니다.
고금리 장기화는 가계와 기업까지 짓누르면서 경제 전반에 큰 장애물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계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부실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등 우리 경제 전체의 위협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고금리 기조 속에 부동산 침체까지 겹치면서 올 한해 자금 압박에 시달려 폐업한 종합 건설사는 이미 550곳을 넘어섰습니다. 부도 처리된 건설사만 10여 곳에 이르는 실정입니다.
고환율에 수익성 악화
여기에 1300원대로 뛴 환율은 수입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켰고 상당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에는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올해 한국경제가 3고에 시달리는 사이 정부는 상저하고란 낙관론만 펴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더욱 위축됐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 자체는 좋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빗나갔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경제의 위협 요인은 단기적 요인이 아니"라며 "정부가 기업을 상대로 감세정책이나 규제 완화를 해주면 문제가 쉽게 해소될 거로 생각한 건 너무 단순한 판단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25일 주요 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1%대 초반에 그칠 전망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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