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정부는 이번 주부터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면허정지 처분에 돌입합니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의 면허정지가 현실화될 경우 25일부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경고한 상태입니다. 의협 또한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에 집단소송으로 대응하겠다고 예고한 터라 이번 한 주가 의정 갈등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정부, 전공의 면허정지 착수…'법과 원칙대로'
정부는 의대 2000명 증원 및 배분과 관련해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하며, 의료계 파업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입니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서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동시에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강화를 위해 25일부터 60개 의료기관에 군의관 100명, 공중보건의 100명 등 총 200명을 투입시킬 계획입니다. 앞서 정부가 투입한 213명을 포함하면 총 413명이 의료기관에 파견됩니다. 또 시니어 의사를 채용하거나 퇴직 예정 의사를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의료 기관과 연계한 지원방안도 마련 중입니다.
2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한시라도 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와 의사의 소명을 다해주길 바란다"면서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해 25일 처분이 이뤄질 예정인데, 그 전 의견 제출 과정에서 복귀와 근무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처분시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회유책을 제시했습니다. 일부 의사들이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것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는 불가능하다"며 출구를 차단했습니다.
집단소송에 일괄 사직서로 대응
의료계 역시 강경 대응으로 방침을 굳혔습니다.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조직강화위원장은 지난 22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5번째 출석을 하면서 "전공의들을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마지막 다리마저 불태우고 있는 상황에 다들 분노하고 있다"며 "행정소송으로 다툴 것이고, 집단소송으로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4월 총선만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도 다 알고 있다"면서 "총선에 우리의 절실한, 절박한 마음으로 국민들과 함께 정권을 심판한다는 것이 논의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서울의대 비대위도 "사직서는 정부와 대화를 위한 의대 교수들의 간절한 목소리"라며 "전공의들에 대한 처벌 방침을 철회하고 열린 자세로 대화와 토론에 나서달라"고 정부에 호소했습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에 대한 처분 방침이 풀리지 않을 경우 예고대로 25일 일괄 사직서 제출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그간 병원을 찾는 환자들로 인해 강경 대응을 미뤄왔지만, 정부가 계획대로 의대 2000명 증원을 확정했고 제자들에 대한 처분마저 눈 앞으로 다가온 만큼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일괄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데 이어 진료시간도 주 52시간 이내로 줄이기로 결정했습니다. 25일부터 진료시간은 52시간으로 줄어들고, 4월1일부터는 외래 진료도 축소될 전망입니다. 진료 시간이 줄어들 경우 중환자가 제때 처치를 받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는 일이 발생할 우려도 나와 의료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 조치를 풀고 대화에 나서면 교수들이 사직서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힌 만큼 막판 대화의 여지도 남아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이 22일 오전 의료법 위반 등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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