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의료공백 메우기만…엉터리 수가도 문제
대형병원 교수들 속속 '휴진 유예'…난관은 여전
넉 달째 전공의 공백…총 피해신고 '820건'
'빅5' 병원 피해신고 63.2%…전공의 출근율 5%
공보의 수도권 차출, 대부분 의료취약지 근무자
필수의료 기피, 엉터리 건강보험 수가도 질타
2024-06-26 17:25:54 2024-06-27 09:33:34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넉 달째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800건이 넘는 '수술 지연', '진료 거부' 피해 신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빅 5' 대형병원으로 확산하던 휴진 동력은 주춤한 모습이나 대정부 투쟁 가능성은 남습니다.
 
현장 이탈 의료진에 대한 처분 취소와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등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의 입장차로 인한 의정 갈등이 여전한 데다, 전공의 현장 복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차출한 군의관·공보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쏠리면서 의료취약지 의사를 대형병원에 조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엉터리 수가도 필수의료 기피의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26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집단휴진 유예를 밝힌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에 이어 '빅 5' 병원에 속하는 나머지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들이 속한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총회 후 일정기간의 휴진을 일시 유예한다고 26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휴진 유예했지만'빅5' 환자 피해신고 820건
 
휴진 유예를 선언한 배경에는 환자와 국민들의 불안감 호소에 따른 여론 악화를 고려한 처사로 읽힙니다. 환자들과 국민을 위한 고뇌 끝에 일정 기간의 휴진을 시작하는 조치를 일시 유예하기로 결정했다는 게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 공식 입장입니다.
 
하지만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및 처분의 취소,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쟁점 사안 수정·보완,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의대생 8대 요구안 및 전공의 7대 요구안 전면 수용 등을 요구하고 있어 무기한 휴진 가능성은 남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2월19일 의사 파업일부터 6월20일까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신고를 분석한 결과, '수술 지연', '진료 거부' 등의 피해 신고는 총 812건에 달했습니다.
 
이 중 41.8%(340건)는 상급종합병원인 '빅 5' 병원에서 발생했습니다.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환자 피해 10건 중 4건이 중증환자가 많은 서울대, 세브란스, 삼성서울, 서울성모, 서울아산병원에서 발생한 겁니다.
 
'빅 5'에서 발생한 피해신고 340건 중 '수술지연'은 215건으로 63.2% 규모였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진료 차질 68건(20%)', '진료 거절 37건(10.8%)', '입원 지연 20건(5.8%)' 등의 순입니다.
 
25일까지 기준으로는 총 피해 상담수 3674건 중 820건의 피해신고서가 접수됐습니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2월19일 의사 파업일부터 6월20일까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신고를 분석한 결과, '수술 지연', '진료 거부' 등의 피해 신고는 총 812건에 달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의료공백 메운 공보의, 의료취약지 근무자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19곳의 전공의 출근율은 5.3%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이날 보건복지위 소속 김윤 민주당 의원실이 복지부를 통해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13일 기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3곳의 전공의는 5563명으로 이 중 296명(5.3%)만 출근했습니다.
 
권역외상센터 15곳, 권역(중앙)심뇌혈관센터 14곳, 권역(중앙)응급의료센터 40곳들도 출근율이 5%대에 그쳤습니다.
 
정부는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로 군의관, 공보의를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파견한 바 있습니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파견된 군의관은 276명, 공보의는 219명으로 총 495명에 달합니다.
 
이들의 파견 지역 및 의료기관 현황을 보면 전체 495명 중 407명(82.2%)이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근무자는 253명으로 전체 파견자의 51.1%를 차지했습니다.
 
문제는 수도권으로 차출된 공보의의 원 소속 지역 대부분이 의료취약지 근무자라는 점입니다. 108명 중 83명(76.9%)이 비수도권 출신이라는 게 김윤 의원의 지적입니다.
 
 
26일 김윤 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17일 기준으로 파견된 군의관은 276명, 공보의는 219명으로 총 495명에 달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필수의료 기피, 엉터리 수가 질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원인이 '엉터리 건강보험 수가(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의료서비스 대가) 책정'에서 비롯됐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이날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김윤 의원은 '의료행위별 원가보상률' 그래프를 공개하며 체계적이지 않고 땜질식으로 수가를 인상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예컨대 수술 항목을 보면 병원이 100원을 투입해 진료할 경우 건강보험 수가로 받는 돈은 81.5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수술 원가보상률은 2010년 76.3%에서 2020년 81.5%로 소폭 증가했지만 원가 이하 수준이었습니다.
 
처지의 경우는 2010년 84.7%에서 83.8%로 감소했습니다.
 
김 의원은 "필수의료 과목들이 기피되고 있는 이유는 건강보험을 통한 수가 보상이 다른 진료과에 비해 낮기 때문"이라며 "2010년 대비 2020년 건강보험 수가의 정확도가 3% 올라가지 않았는데, 복지부와 건강보험의 책임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동의한다"며 "향후 2년 작업해서 상대가치점수(의료행위별 업무량, 진료비용, 위험도를 고려한 점수화) 개편 주기를 기존 5~7년이 아닌 2~3년마다 하고 정착되면 매년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수가 균형을 잡아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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