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정치권의 극단적 적대정치에 편승한 정치 유튜버들이 황금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양극단에 서 있는 이들은 자극적 제목과 편향적 내용을 활용해 구독자를 유인하고 조회수를 올립니다. 결국 자극적 소재에 밀린 중도는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뉴스·정치 분야 유튜브 구독자 및 조회수 상위 10개 채널. (그래픽=뉴스토마토)
정치·뉴스 유튜브 중 중립 성향 '0곳'
21일 유튜브 통계 분석 서비스 플랫폼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뉴스·정치 분야' 구독자 상위 10위(언론사 기반 유튜브 제외) 가운데 중립 성향 채널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독자 순위를 종합해보면 매불쇼(181만명),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164만명), 신의한수(150만명), 배승희 변호사(127만명), 신인균의 국방TV(124만명), 고성국TV(105만명), 새날(100만명), 스픽스(95만명), 성창경TV(90만명), 이봉규TV(90만명) 순입니다.
이중 △매불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새날 △스픽스 등 4곳이 진보 성향 유튜브로 분류됩니다. △신의한수 △배승희 변호사 △신인균의 국방TV △고성국TV △성창경TV △이봉규TV 등 6곳의 채널은 보수 성향 유튜브입니다.
조회수를 기준으로 봐도 비슷한 양상인데요. 2023년 한해를 기준으로 누적 조회수를 보면 성창경TV(3억8000만), 스픽스(2억5600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2억4900만), 배승희 변호사(2억4400만), 언론 알아야 바꾼다(2억1600만), 으랏차차 정치소작농(2억1300만), 고성국TV(2억1100만), 어벤저스전략회의(2억700만), 짧은뉴스(1억8500만), 신인균의 국방TV(1억6900만) 순으로 나타납니다.
이중 △언론 알아야 바꾼다 △으랏차차 정치소작농 △짧은뉴스는 진보 성향이고 △어벤저스전략회의는 보수 성향 유튜브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불과 6~7년 전만 하더라도 유튜브는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차지했습니다. 기성 언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자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유튜브로 이동한 겁니다. 때문에 당시 유튜브는 극우 성향 보수층의 전유물로 인식됐습니다.
이후 유튜브가 일상화하면서 진보층의 유튜브도 황금기를 맞았습니다. <TBS>에서 유튜브로 넘어간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채널은 2023년 1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구독자 100만을 빠른 시간 내에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응답자 2명 중 1명 꼴인 53%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7년 기준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률은 28%였는데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여기에 진보 성향 이용자는 2022년 52%에서 2023년 62%로 늘어났습니다. 반면 보수 성향 이용자는 2022년 55%에서 2023년 56%로 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기성 언론의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을 고려하더라도 높은 수치인 셈입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채해병 특검법' 관련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중단하는 표결을 진행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인과 유튜버…'악어'와 '악어새' 관계
그런데 구독자·조회수 순위를 종합해서 볼 때 중도층의 공간은 보이지 않습니다. 각 채널이 올린 영상의 제목과 내용을 보면 각 진영에 대한 공세가 활발하며 한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이들은 정치권의 '극단적 적대정치'에 편승해 지지층의 이목을 집중시켜 조회수를 끌어 올립니다. 일례로 지난 15일 반쪽 광복절 경축식을 놓고 한쪽에서는 '광복회 깽판'이라고 지적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독도도 (일본에) 넘길 거냐'라며 맞섭니다.
또 각 채널의 '섬네일'(대표 이미지)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 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각 진영의 상징적 인물을 내걸며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내용의 주장들을 제목으로 올리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고삼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전형적인 구독 경제 모델인 유튜브에서 유튜버들은 구독자와 조회수가 전부일 수밖에 없다"며 "소비력이 약한 중도층보다 열성적인 양극단의 구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한쪽으로 편향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치인이나 정치 유튜버들이나 '극단 정치'로 서로를 활용하는 공생관계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며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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