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서울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A씨는 회식과 회사 동료와의 술자리로 이달 저녁 일정이 꽉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밤의 비상계엄령 이후 회식은 취소되고, 송년회도 연기하면 안 되겠느냐는 연락을 받고 있습니다.
여의도에서 조그만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탄핵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한숨을 내쉬게 됩니다. 점심 장사는 계엄 사태가 터지기 이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저녁 장사는 매출이 확 줄었기 때문입니다. 비상시국에 친목 모임은 물론 송년회 손님 받기는 물 건너갔다고 보고 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탄핵 사태로 정치·사회 전반이 어수선한 가운데 기업들은 떠들썩한 회식 자리를 꺼리고, 개인 또한 일정을 조정하는 등 모임을 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에 사옥이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탄핵 사태 발생 전부터 비상경영 체제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었다"며 "경영 여건 악화에 정치권 리스크가 더해진 만큼 올 연말은 조용하게 넘어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판국이다 보니 단체 손님이 많은 연말 특수를 앞두고 외식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대목 직전에 터진 탄핵 사태로 사회 분위기 자체가 가라앉으면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어서입니다.
한 시민이 서울 시내 먹거리 골목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을 벗어난 이후에도 살인적인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며 외식업계는 어려움을 호소해 왔는데요. 원재료와 각종 제반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떨어진 데다 높아지는 음식 가격에 소비자들이 외식보다 내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진 상황입니다.
외식업 폐업률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25개 자치구 내 외식업종 폐업률은 4.2%로, 전년 동기(4.1%)와 전분기(4%) 대비 소폭 상승했습니다. 서울 지역 전체 외식업 점포 수는 14만8102개로, 1년 전에 비해 242개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외식업 월평균 매출액은 2조3425억원으로 전분기(2조1777억원) 대비 7.6% 늘었지만, 전년 동기(2조4546억원)와 비교하면 4.6% 떨어졌습니다.
뜬금없는 계엄에 '곡소리' 커졌다
외식업계가 고충을 견디는 와중에 예상치 못한 탄핵 사태를 맞닥뜨리면서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계엄령 이후 장사가 안된다"며 화가 난 글쓴이가 있는가 하면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12월에 터진 비상계엄령으로 자영업자들이 죽게 생겼다"고 앞날을 걱정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탄핵 사태에서 벗어나 안정세를 찾아야 외식업계가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제 문제 심각성이 더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미 고물가 기조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외식업계 역시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이었던 점이 문제"라며 "그나마 업계 입장에서 연말은 송년회 등으로 인한 대규모 소비가 발생하는 시즌이다. 탄핵 이슈로 이 같은 반짝 특수조차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국 리스크가 빠른 시일 내 해결되는 것이 관건"이라며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요 지속과 함께 우리 내수 시장이 완전히 초토화된 전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 교수는 "계엄 사태 이후 현재 경제적으로 계속 마이너스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같은 부정적 이슈 장기화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지속적으로 -0.1%에서 -0.2%까지 하방 압력을 더할 수 있다"며 "탄핵 이슈가 조속히 마무리된다면 외식업계도 바닥을 다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반등 가능성이 낮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충범·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