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세종문화회관의 '실험극장' 건립 계획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백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극장 본연의 임무와는 거리가 있는 지하의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 2010년 3월초 박동호 사장 취임 3개월 차에 예술동 증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본래 2011년 8월까지 기존의 예술동을 지하 3층, 지상 6층 총 5500㎡ 규모로 증축해 연습실, 다목적 회의실, 오픈 스테이지 등을 운영할 수 있는 실험극장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아울러 사용하지 않는 지하 주차장 자리에는 10월까지 레스토랑, 카페 등 상업·편의시설이 있는 문화복합공간을 짓겠다고 당시 발표했다.
이 중 문화복합공간의 경우 현재 '광화문 아띠'라는 이름으로 단장을 마치고 시민들을 맞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정작 실험극장 건립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무산됐다.
세종문화회관 고위 관계자는 "애초에 실험극장을 지으려 기획했다가 광화문 전철역과의 지하연결통로로 설계변경하는 절차를 거쳤다. 실험극장을 짓기에는 예산도 부족하니 올해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잦은 설계변경이다. 실험극장 대신 진행하려 했던 지하연결통로와 녹음실 조성사업 중 지하연결통로 사업마저 지난 3월26일자로 취소됐다.
서울시 산하단체인 세종문화회관과 관련된 건물의 설계가 변경된 시점이 지난해 10월 말 경이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사퇴한 이후이자 박원순 시장 임기 시작 전으로, 시장 공백기에 서둘러 설계변경 절차를 거친 모양새다. 설계변경의 기준도 모호해 세종문화회관이 공공극장 본연의 임무에는 소홀한 채 상업시설 환경 개선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리한 사업 진행 탓에 광화문 아띠 조성 사업의 경우 6차례나 유찰되기도 했다. 아띠 조성사업에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온 업체들은 현재 사업설명 당시 들은 것과는 달리 적정 수준의 이윤이 나지 않자 시의회에 청원을 넣은 상태다.
실험극장 사업의 경우에는 내년 3월 이후 서울시 투자심의회로부터 재심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심사는 타당성 조사부터 다시 시작된다.
정종철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증축TF팀장은 "서울시 투자심의회에서 재심사를 받으라고 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실험극장이 시급하지만 투자심사위원회의 위원들이 보기에는 시급하지 않다고 판단한 듯하다. 서울시 재정이 안 좋다는 말도 나왔다"라며 "내년에 실험극장이 왜 필요한지부터 재심사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고 전했다.
한편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재심사를 받되, 예산이 없다면 남는 예산 선에서라도 실험극장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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