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주택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및 구체적 운용 권한을 지방정부에 줄 것을 중앙정부에 제안했다.
서울시는 2일 세입자를 위한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국회와 중앙정부에 거듭 촉구했다.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1회에 한해 전월세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전월세 계약을 갱신할 때에는 보증금을 연간 5%(2년에 10%)를 초과해 올리지 못하도록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2013년 12월 보증금 2억원, 계약기간 2년의 전세계약을 체결해 거주하던 세입자가 올해 12월 만료 후 결격사유가 없다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때 최대 2억2000만 원으로 2017년 1월까지 계약기간이 연장된다. 단,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거나 임차인이 의무를 위반한 경우 등에는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없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계약기간 2년을 보장하고 있으나 2년이 지나면 집주인의 일방적 계약 해지가 가능해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서울시는 이미 올해 초 출범한 국회 서민주거복지특위에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등 7개 규정에 대해 제·개정을 건의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7개 법안 가운데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치·운영, 표준임대차계약서 사용 의무화, 적정임대료 산정·공표만 부분 수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 임차인의 거주안정성이 확보되면서 장기적으로 전월세 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계약 연장시 임대료 상승 제한이나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될 때 적용하는 전월세 전환율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보호규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확대된다.
시는 1989년 임대계약 보호기간 연장 당시 발생했던 단기적 가격 급등 재연 우려에 대해 경과기간을 두지 않고 계약갱신청구권을 바로 도입해 사전에 임대가격 급등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프랑스와 독일, 미국 뉴욕 등에서는 이미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시장 안정과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는 법 개정 없이 가능한 시 자체 정책을 우선 추진해 ‘서울시 전월세 안정화 조례(가칭)’를 제정한 뒤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조례의 주요 내용은 ▲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구성·조정을 위한 운영방안 세부지침 ▲시 지역별 전월세전환율, 지역별 적정임대료 산출근거 규정 ▲표준 주택임대차계약서 우선 사용 규정 구체적 명시 등이다.
시는 특히 올해 시범 시행한 ‘월세신고제’를 시 전역으로 확대 시행해 정보 불균형 해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월세신고제는 전입신고 때 월세세입자가 월세액과 기간 등을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것으로, 시는 순수월세시장에 대한 정보를 구축해 실효성 있는 지원·정책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은 전세 가격이 38개월째 상승하고 월세 거래 비중이 3년 만에 10%p 상승하는 등 시장이 급속히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면서 서민 주거불안이 심각한 수준이다.
정유승 시 주택건축국장은 “각 지역별로 시장 상황이 다른 상황에서 당장 전국 단위로 도입이 어렵다면 시급한 서울이라도 도입할 수 있게 해달라”며 “국회와 중앙정부의 정책적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이 2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전월세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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