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그렇다’ 또는 ‘아니다’. 어떤 쪽이든 미숙한 판단이 될 수 있다. 그럼 진실만이 판단 근거가 된다. 그런데 양쪽 모두가 진실이라 믿는 것이 대한민국을 둘로 갈라놨다. 그리고 그 경계선에 한 사람이 있다. 결국 대한민국은 그 사람을 경계로 정확하게 둘로 갈라졌다. 그를 욕하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 그를 응원하고 또 응원하는 이들. 경계선의 그 사람은 ‘조국’. 문재인 정부 시작과 함께 민정수석으로 발탁, 이후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부터 검찰 수사권 조정 필요성을 거론한 당사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포토라인에 선 모습을 대한민국은 기억한다. 공교롭게도 그 당시 고 노 전 대통령 변호인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문 전 대통령에게 검찰은 어떤 기억일까. 그리고 우리가 아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 또 몇 년 뒤 그 변호인은 대통령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교수를 민정수석에 발탁했다. 당시 문 대통령 속내를 짐작해 볼만한 발탁이었다. 조국 민정수석은 교수 시절부터 검찰 개혁 필요성을 줄기차게 언급해 온 인물이다. 그런 조 교수가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까지 지명됐다. 검찰 개혁 드라이브에 박차가 걸릴 수 있게 됐다. 당시 문 대통령의 완고한 뜻이 내포된 인사였음을 모두가 알 수 있다. 그럼 조국 민정수석은 어땠을까. 여기서부터 다큐멘터리 ‘그대가 조국’은 시작돼야 하는지 모른다.
‘시작돼야 하는지’란 문장 속뜻은 이런 것이다. 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장면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조 후보자에게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데 장관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한다. 조 후보자에게 사퇴를 건의하는 걸로 들릴 가능성이 큰 발언이다. 당시는 조 후보자 가족의 각종 비위가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들던 시기다. 그 비위 중 하나가 조 후보자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딸 조민씨에게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발급했단 의혹이다. 표창장은 위조됐고, 위조된 표창이 조씨의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에 사용됐단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 의혹은 검찰 수사 이후 정 교수가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장관 퇴임 후 지금도 법에 호소 중이다.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 모두가 사실이 아니라고.
다큐 '그대가 조국' 스틸. 사진=㈜엣나인필름
그럼 돌아가 본다. 여상규 당시 법사위원장이 했던 말. “가정이 무너지는 데 장관이 무슨 의미냐”며 조 후보자에게 한 말. 그런데도 조국은 후보자 사퇴를 하지 않고 장관에 취임했다. 건국 이후 유례가 없는 검찰의 현직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가 이뤄진 상황이 만들어 졌다. 그럼 당시 조국은 왜 후보자 사퇴를 하지 않았을까. 장관 자리에 대한 욕심이었나. 아니면 권력에 대한 집착이었나. 그것도 아니면 검찰 개혁에 대한 고집과 아집이었나. 이 모든 가정이 아니라면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충성이었을까.
다큐 '그대가 조국' 스틸. 사진=㈜엣나인필름
‘그대가 조국’은 당시 조국이 아내와 딸이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고 검찰 수상 대상에 올라 상상할 수 없는 고초를 겪는 상황에서도 후보자 사퇴를 하지 않은 이유를 공개한다. 앞서 언급했던 그 어떤 이유도 아니었다. 조국 본인이 ‘그대가 조국’에 직접 출연해 밝혔기에 관객 입장에선 그 발언을 믿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하게 느낄 수 있고 또 그 언급에 포함됐지만 ‘조국은 법무부 장관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가 맞다. 민정수석 발탁 이전 교수였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그럼 그를 지금은 ‘사지’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그 자리로 몰아 넣은 건 누구일까. 임명권자일까. 표면적으론 그렇다. 문 전 대통령이다. 하지만 그건 어불성설이다. 논리적 허점이 너무 많은 가정이다. 쉽게 말해 이 모든 것의 반대편에 선 이들 논리가 된다. ‘그대가 조국’은 누구를 지적하고 누가 잘못했고 그래서 누가 가해자란 점을 밝히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그러기에 조국을 사지로 몰아 넣어 지금 상황을 만들어 버린 주체가 누구인지 언급하진 않는다.
다큐 '그대가 조국' 스틸. 사진=㈜엣나인필름
그럼 남은 건 상황이다. ‘그대가 조국’에선 문재인 정부 인사들 그리고 당시 상황을 증언해 줄 주변인들. 우리가 아는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조 전 장관을 물심양면으로 돕고자 나선 이들의 증언을 더한다. 정경심 교수가 재직했던 대학 동료 교수도 등장한다. 등장하는 모든 이들의 주장은 조국의 반대편에선 이들에겐 전부 ‘괴변’일 뿐이다. 그래야 지금 현재의 상황이 정당해지기 때문이다. 그 반대편은 그렇게 믿고 있는 것뿐이다.
다큐 '그대가 조국' 스틸. 사진=㈜엣나인필름
그럼 이 상황이 ‘불합리’를 넘어 ‘시작부터 잘못된 권력의 핀 포인트 공격’이라 규정하고 출발하면 어떻게 될까. 조 전 장관 지인과 주변인 그리고 그를 응원하는 모든 이들이 바라고 또 증명했고 그것이 진짜가 되길 원하는 간절한 소망은 실체적 진실 바로 직전 뭔가에 연신 가로 막힌다. 놀랍게도 그들 증언과 노력 모두가 공통적으로 이런 결과를 낳았다. 그건 반대로 얘기하면 조 전 장관 반대편에 선 이들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된다. 이런 흐름은 조국을 경계로 양 측의 차이는 주장의 궤변이 아닌 상황의 궤변만 남게 되는 이른바 ‘조국 사태’의 본질을 자꾸 만들어 낼 뿐이다. 그래서 결과론적 판단으로 들어가면 ‘그대가 조국’은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지적하지도 거론하지도 또 짚고 나가지도 않는다. 주장과 주장만 충돌할 뿐이다. 그런데 그 충돌의 유불리가 ‘그대가 조국’안에서 관객 개개인의 지성으로 해석될 것이란 판단을 근거로 한다. 조국을 믿는 이들에겐 ‘더욱 더 굳건한’ 믿음을 줄 것이고, 조국을 믿지 않는 이들에겐 ‘더욱 더 굳건한’ 불신을 안겨 줄 것이다. ‘그대가 조국’은 분명 거기까지 생각하고 다큐멘터리 전체 흐름을 구성해 나간 듯 보인다. 실체적 진실은 존재하는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 게 아닌 ‘믿는다’와 ‘믿지 않는다’에 대한 근원적 문제의 차이일 뿐이라고.
다큐 '그대가 조국' 스틸. 사진=㈜엣나인필름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그랬다. 그들은 조국을 믿는 게 아니다. 믿어야 할 진실이 실체적으로 그곳에 있기에 그걸 믿고, 그 믿음에 확신을 갖고, 그 확신을 근거로 다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그대가 조국’은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관객 개개인의 지성에 질문만 던진다. ‘그래서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라고.
다큐 '그대가 조국' 스틸. 사진=㈜엣나인필름
분명 오랫동안 하지만 너무 오래지 않을 시간 안에 사유의 실체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려야 할 문제가 바로 ‘그대가 조국’이다. 충분히 그럴 만한 시간의 사유물이 온전히 이 안에 담겨 있다. 우리 모두가 반드시 사유하고 사고해 볼만한 가치의 결과물이다. 개봉은 오는 25일.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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