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지역화폐…지자체 재정 '비상'
정부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 넘겨
세수 결손·국비 난항…지역화폐 존폐 기로
2023-12-04 16:12:38 2023-12-04 17:33:59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국회가 12월 2일로 규정된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기면서 지역화폐 국비 지원 여부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지자체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키로 했지만 야당이 행안위 회의에서 7000억원을 증액해 의결하면서 최종 예산을 가늠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예산은 국회에서 증액하더라도 헌법에 따라 정부의 예산권을 쥔 기획재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늘릴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지역화폐 예산을 국회에서 크게 늘렸다 해도 정부의 합의나 동의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지자체의 고민이 깊어지는 겁니다.  
 
경기지역화폐. (사진=경기도)
 
여야, 지역화폐 예산 갈등…국비 지원 불투명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장기화로 세수부족 사태가 이어져 긴축재정을 앞세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중 지역화폐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한시적으로 지원한 사업이기에 더 이상 국비가 아닌 지방비로 추진해야 한다는 이유에 섭니다.
 
지난해 편성된 올해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예산은 전액 삭감과 복원이 반복됐었습니다. 6050억원이었던 지역화폐 예산을 정부는 전액 삭감했고, 국회 심의를 통해 민주당이 절반인 3525억원을 되살렸습니다. 
 
올해도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3525억원을 삭감했고, 민주당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전액 삭감한 지역화폐 예산을 7000억원으로 두 배 늘려 단독 처리했습니다. 지역화폐 유통을 통해 지역경제와 골목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입니다.
 
여야의 대립에 지역화폐 향방이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지역화폐 예산이 편성되지 않을 경우 지역 상권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계속된 세수 펑크로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지자체들은 지역화폐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들은 지역화폐 존속을 위해 예산을 확대 편성하는가 하면 또 다른 지자체들은 재정 부족으로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을 단행키도 했습니다.
 
지자체, 지역화폐 예산 확대 또는 삭감
 
확장 재정을 펼치는 경기도는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으로 954억원을 편성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5.5% 증가한 금액으로, 31개 시군의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4조3255억원입니다. 이 가운데 7%를 지역화폐 사용자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는데, 국비부담 2%에 해당하는 예산인 877억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자체들은 여야의 예산 갈등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국비 지원이 불가할 경우 도·시비 만으로 사업을 운영하기에 충분치 않기 때문입니다.
 
대구시의 경우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을 삭감했습니다. 여야의 갈등으로 예산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지역화폐 국비 예산 삭감 가능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비가 없을 경우 시비로만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시 재정상 이는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대전시도 지역화폐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지역화폐 예산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지역화폐 사업은 폐지 수순을 밟을 전망입니다.
 
부산시는 지역화폐 '동백전'의 상황도 여의찮습니다. 연 매출 10억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 매장에서 동백전을 쓸 때 최대 7%를 돌려주는 캐시백 제도가 5%대로 감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시는 캐시백 적용 한도를 월30만원, 캐시백 비율을 5%로 일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캐시백을 위해 시가 편성하는 예산이 800억원에서 500~600억원으로 줄게 됩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재정적인 부담이 있기 때문에 해당예산을 작년보다 더 늘릴 순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비 지원이 없을 경우 할인 혜택이 줄 수밖에 없고, 결국 지역화폐 이용이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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