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오르자 금융지주 환차손 '비상'
4대 은행, 외화대출 1년새 2.2조 늘어
고환율 지속 땐 배당 여력 낮아져
2024-12-10 14:35:33 2024-12-10 18:07:21
 
[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국내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안이 확대되면서 원달러환율이 1400원대에 안착, 금융사들의 환차손 우려가 커졌습니다. 
 
1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총 외화대출금은 75조7327억원입니다. 1년 전 73조4602억원에 비해 2조2725억원(3.1%) 늘어난 수치입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6월 말 기준 외화대출금이 20조862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이 20조7085억원, 신한은행 17조2963억원, 우리은행 16조8650억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최근 원달러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외화대출이 많은 금융지주들은 환손실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금융사들의 손익 관련 장부 평가에 악영향을 미치는데요. 외화환산손익이 대표적인 항목입니다.
 
외화환산손익은 외화 자산과 외화 부채를 원화로 환산할 때 발생하는 회계상의 이익과 손실을 뜻합니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금융사의 외화 채권 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외화환산손실이 커지게 됩니다. 외화 부채와 자산 사이의 갭이 커지면서 그만큼 손실이 늘어나게 됩니다.
 
외화대출금은 외환대출금보다 대손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율 상승에 따라 외화대출의 원화 환산금액이 늘면 그만큼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금융지주들은 외화 대출 외에도 외화 사채, 통화 파생 상품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원달러환율이 10원 오르면 금융지주사들이 약 2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달러환율은 지난해 4분기 1300원대 아래에서 안정화됐다가 올 들어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등이 부각되면서 1350원선을 뚫었습니다. 금융지주사들은 실적 자료를 통해 환차손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 1분기 마이너스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 1분기 800억원 규모의 환차손이 발생했습니다.
 
4분기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한 이후 원달러환율은 지난달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을 돌파한 이후 1400원대 위에서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1400원대에 고착화하면서 4분기 환차손 규모가 1분기 때보다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금융지주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계획에도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은행이 내준 외화대출의 환차손이 커지고 건전성이 악화해, 배당 여력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지주사들은 지난 3분기 그룹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보통주자본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인데, 환율이 오를수록 위험가중자산이 늘어 CET1에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래픽= 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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