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할 상설특검(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의 국회 통과로 '내란죄'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권한대행'에 이목이 쏠리는데요. 국무위원 서열상 대통령 권한대행은 한덕수 총리가 맡아야 하지만, 민주당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까지 언급한 상황입니다. 국정운영의 키를 누가 쥘 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관가 대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1순위' 한덕수 총리까지 '수사선상'
한덕수 국무총리는 1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일관되게 반대했으나 끝내 막지 못한 것을 깊이 자책하고 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소임을 다하고 변명이나 회피 없이 져야 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총리가 계엄 사태 이후 처신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는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한 총리는 즉시 권한대행이 됩니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의 궐위 또는 사고 시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대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합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결정할 때까지 권한대행 체제가 유지되는데요.
지난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 됐을 때는 고건 당시 국무총리가 63일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정을 이끌었습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때는 황교안 당시 총리가 147일간 권한대행직을 수행했습니다. 대통령권한대행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임시 대리인으로서 제한된 권한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거나 대규모 정책 전환 또는 중대한 인사 조치는 할 수 없습니다.
변수는 민주당이 윤 대통령에 이어 한 총리 탄핵도 검토키로 했다는 점입니다. 전날 통과한 상설특검법 수사대상에는 한 총리도 포함돼 있는데요. 민주당은 총리 탄핵을 당 차원에서 확정하진 않았지만, 탄핵안 성안 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일각에서는 한 총리 탄핵까지는 과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일단 내란 혐의를 받는 대통령의 직무 정지가 우선이라 아직 이 얘기를 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면서도 "극단적으로 언급되는 '내각 총사퇴'는 완전히 국정이 마비되는 상황까지 갈 수 있어 상당히 부담이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여야가 합의해 한 총리가 할 수 있는 역할까지 하게 한 후 사퇴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권한대행에 '최상목·이주호' 거론…반기문도?
정부조직법 제26조에 따르면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수 없는 경우 국무위원 서열 순서대로 권한을 대행하게 됩니다.
현행법상 국무위원 서열은 국무총리-기획재정부-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외교부-통일부-법무부-국방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환경부-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순인데요.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될 경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대통령권한대행과 총리권한대행을 겸하게 됩니다. 최 부총리는 공직 생활 기간 세 번째 대통령 탄핵 정국을 겪고 있는데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는 증권제도과장이었고,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1차관이었습니다. '탄핵 트라우마'가 큰 것으로 알려진 최 부총리가 세 번째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권한대행 겸 총리권한대행 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란 초유의 직함을 현실화할지 주목됩니다.
정부 각료 외에 국정을 수습할 인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언급됩니다. 반 전 총장이 최근 미국 뉴욕에서 "한국의 탄핵 사태가 빨리 해소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면서인데요. 반 전 총장은 지난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힌 바 있습니다.
박근혜 때보다 혼란…예측조차 '함구령'
정부 부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혼란스러운 모습입니다. 박 대통령 당시에는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대통령의 직무 정지가 신속하게 이뤄져 국무총리가 바로 권한대행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번에는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요.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박근혜 탄핵 당시보다 불확실성이 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향후 상황에 대한 '예측'은 관가에서 금기어가 됐습니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예측조차 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향후 상황에 대해 일언반구라도 말조심하라는 함구령이 떨어졌다"며 "표정관리에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몸을 사리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연말 장·차관급 개각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이미 나와 있는 승진자 명단도 재가가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부처 국장급들은 오히려 승진이 될까 떨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1급으로 승진됐다가 자칫하면 순장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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