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윤석열 씨의 친위 쿠데타는 탄핵안 가결로 일단의 막을 내렸지만, 후폭풍으로 인해 우리나라 ICT 담당 기관과 정책이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입니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일대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석자들이 운집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회의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장관급 정무직으로 하는 등의 방통위법 일부 개정안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습니다. 방심위원장과 상임위원 2명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두고 국회가 방심위원장을 탄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인데요. 민원 사주 의혹을 필두로 정치·편파 심의 논란을 빚고 있는 류희림 현 방심위원장을 겨냥한 것입니다.
하지만 민간 독립기구인 방심위의 위원장 등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하고 탄핵 소추의 대상으로 만들면 오히려 정치적 입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는데요. 과방위는 방심위가 민간 독립기구 신분이 유지됨을 밝혔지만, 그럼에도 국가기관화에 따른 우려는 해소되지 않아 향후 논란이 예상됩니다.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전 방통위원)는 “수뇌부는 정무직 공무원이고 직원들로 구성돼 있는 사무처를 민간 조직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라며 “심의를 의결하는 사람들이 공무원이기에 정부 조직이 되는 것으로 과거 민주당이 방심위 기능과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민간 자율로 넘기겠다는 공약과 원칙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뉴시스)
현재 ‘1인 체제’ 방통위의 경우도 지상파 재허가 심사 등 연내 처리해야 할 시급한 현안이 산적하지만 정상화는 요원한 상태인데요. 국회가 국회 몫 방통위원을 추천하기로 방침을 전했지만, 느닷없는 친위 쿠데타와 탄핵 정국이 모든 걸 집어삼킨 셈이 됐습니다. 또한 현재 탄핵 심판 중인 이진숙 위원장의 심리 역시 윤석열 씨의 탄핵 심판으로 인해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로 인해 방통위 파행 상황은 장기화가 불가피합니다.
고 교수는 현재 윤석열 정권이 방통위를 망가뜨리고 언론 탄압 수단으로 사용한 만큼 단순 정족수를 채우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 등 정상화를 위한 고민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시급한 현안이 있지만, 법·제도적으로 사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조적인 병폐를 해결해야 문제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고 교수는 “여·야·정,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를 통해 정치적·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라며 “다만, 그런 상황이 어렵다면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를 보고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지난달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안을 상정하고 있다.
AI 기본법·단통법 폐지 등 연내 처리 불투명
연내 제정 기대감이 높았던 AI 기본법도 탄핵 정국 속 국회 통과의 불확실성만 커졌습니다. 지난달 26일 국회 과방위를 통과한 AI 기본법은 AI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지원할 근거와 기준을 명시하고 신뢰 조성에 관한 기본 사항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지난 9일 국회 법사위에 상정 예정이었지만, 비상계엄 여파로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단통법 폐지안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단통법 폐지는 사업자 간 적극적인 지원금 경쟁을 복원해 소비자 후생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추진됐는데요. 법사위 논의를 거쳐 본회의 상정이 예상됐지만, 정국 혼란에 연내 처리가 불투명합니다. 이와 관련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AI법 주요 법령 제·개정과 예산 확보를 위해 국회와 긴밀히 소통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