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식량안보' 위협…디지털 육종 '핵심 어젠다'
인력 수작업 의존서 작물 표현체 기술 '각광'
스마트온실 로보틱 자동화, 최대 1012개체 촬영
슈퍼컴퓨팅 처리까지…기후변화 적합 재배품종 예측
작물 표현체 연구 특화 시설·연구원 확산 절실
2024-12-16 17:32:17 2024-12-16 17:32:17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탄핵 정국을 맞았으나 민생과 직결된 식량 안보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수급 불안은 농업계만의 문제가 아닌 식량 관련 산업계와 국민 삶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농업 과학기술 연구기관으로서의 도약을 선언한 것도 미래 농업의 당면한 문제를 풀기 위한 식량 안보와 궤를 함께합니다. 특히 먹거리인 작물에 대한 품종 개발은 농업과학기술의 중요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품종인 유전자·유전자원 선발이 최대 관건이나 일일이 육안으로 살피던 기존 방식은 상당한 시일 등 한계로 지목돼 왔습니다.
 
예컨대 버섯육종의 경우 질 좋은 품종을 생산하기 위한 재배기술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농가와 연구원들이 어마어마한 양을 세어 가며 비교하는 육종 분석을 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13일 전주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내 표현체 연구동에는 가시광, 근적외선, 형광 등 센서의 컨베이어시설과 로보틱 자동화 장비 등 스마트온실이 구축돼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디지털육종, 표현체 빅데이터 핵심
 
유전체분석 기술 발달로 대량의 유전체 정보가 확보됐지만 작물의 특성을 보여주는 표현형은 인력의 수작업에 의존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확보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표현형은 유전형과 재배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래서 꺼내든 것이 디지털육종의 핵심인 표현체 빅데이터입니다. 농업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국내 최대 표현체 분석시설로 영상 이미지 분석 결과를 우수한 품종, 유전자 및 유전자원 선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핵심 연구인프라 시설로 불리는 농진청 내 표현체 연구동이 들어선 것도 이 때문입니다. 국내 디지털육종 기술은 벼, 콩 등 주요 작물의 유전체정보, 표현형정보 등 빅데이터를 생산하고 딥러닝을 통해 표현형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있는 단계입니다.
 
유전체정보, 표현체정보 등 빅데이터 기반의 딥러닝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육종은 육종 기간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이점이 큽니다.
 
디지털 육종을 도입한 독일의 바이엘사는 크기가 크고 병에도 강한 토마토 육종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전통 육종에 비해 기간은 17% 짧고 소요 노력 66%를 감소시킨 성과로 대표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전주에 있는 농진청 내 표현체 연구동을 방문했을 때는 가시광, 근적외선, 형광 등의 센서가 달린 컨베이어시설과 로보틱스 자동화 장비의 스마트온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해당 스마트온실에서 자동화 촬영 작물은 최대 1012개체까지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이미지 수집, 분석, 품질관리, 데이터 관리 등 데이터 수집체계가 확립된 시설로 이미지 분석 기술개발과 디지털육종을 위한 표현체 데이터 확보가 이뤄집니다. 
 
백정호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공학박사(농업연구사)는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 손가락에 드는 규모의 비공개 시설"이라며 "디지털 육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전형, 유전체 데이터 다음에 스마트팜처럼 환경적 정보들로 식물은 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 수확량이 있기 때문에 많이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백정호 박사는 "표현형은 말 그대로 거칠어 보이거나 속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 나타나는 현상을 말하는데, 표현형 데이터는 1년 365일 식물들의 영상을 계속 찍어 그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미션을 갖고 있다"며 "이것들을 분석해 생명자원, 유전자원들이 최종적으로 농가에 또 농민과 육종가에게 전달될 수 있게끔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식량 증산을 위한 'K-라이스벨트' 사업을 꼽았습니다. K-라이스벨트는 세네갈, 감비아, 기니, 가나, 카메룬, 우간다, 케냐 등 아프리카 토양에 맞는 벼 종자생산 인프라 구축과 다수확 벼 종자 생산·보급 등을 지원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이는 농식품부 주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자, 우리쌀 종자의 생산 성과로 지목됩니다.
 
 
지난 13일 백정호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공학박사(농업연구사)가 전주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내 표현체 연구동에서 식물 생육정보 등 이미지 촬영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슈퍼컴퓨팅도 '한 축'…문제는 '확산'
 
아울러 핵심 인프라 중 슈퍼컴퓨팅센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상청 슈퍼컴퓨터 4호기를 관리전환 받은 농생명 슈퍼컴퓨팅센터에는 1호기 대비 29배 개선된 2.9 페타플롭스(PFlops) 작업이 이뤄집니다. 이는 일반 컴퓨터 3600대가 동시 작업하는 것과 같은 성능을 의미합니다.
 
슈퍼컴퓨팅 인프라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농업 빅데이터 처리와 산·학·연 공동 활용의 슈퍼컴퓨팅 플랫폼을 가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문제는 '확산'입니다. 각 지역 작물들이 다양한 관계로 각 소재지별 농가, 육종가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거점 지역 특화 시설 확대가 관건이 되고 있는 겁니다.
 
가령 A지역의 대표 작물인 벼를 연구할 경우 강원도 옥수수의 다른 특화 작물을 할 수 없다는 한계성을 지닙니다. 또 특화 지역마다 박사 등 관련 연구진들이 투입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인력 양성은 시급한 과제로 지목됩니다.
 
농업 기관 관계자는 "전주에 위치한 표현체 연구동의 축소판이 거점 지역 특화 시설로 분포될 경우 완전체가 될 수 있다. 더욱이 도원 기술센터에서 4년째 교육을 하고 있지만 배운 기술에만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벼 기술을 배운 지자체 공무원이 콩, 딸기 기술을 알려줄 수 없고 알려줄 만큼 그렇게 지식이 있지 않다. 자기 것만 배워서 갔으나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결국 일괄적으로 전문성 있는 인력 육성이 더 많은 사람들을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슈퍼컴퓨팅 인프라면에서는 기하급수적인 농업 빅데이터의 저장장치 추가 시설과 냉각 시스템 증설 여부도 고민거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지난 13일 전주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내 농생명 슈퍼컴퓨팅센터 관계자가 슈퍼컴퓨팅 저장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전주=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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