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톰'…재계, 취임식 기부에 공화당 줄대기
현대차그룹, 트럼프 취임식 백만달러 기부
"부대행사 임원 참석 검토"…회동 초관심
재계 “트럼프 잡아라”…네트워킹·대관 강화
2025-01-13 16:14:28 2025-01-13 18:12:07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호무역주의라는 이름의 트럼프 스톰’에서 살아남기 위한 재계의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취임식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 만찬 행사 참석을 노리거나, 트럼프 행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을 대관 담당 임원으로 기용하고, 공화당 쪽에 줄을 대는 등 전방위적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 내 투자 및 생산량을 늘려 세제 혜택을 받으려는 전략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뉴시스)
 
13일, 현대자동차그룹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에 100만달러(147000만원)를 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1(현지시간보도를 인정한 것으로 제너럴모터스(GM), 포드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기부 행렬에 현대차그룹도 동참한 셈입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금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100만달러를 기부할 경우, 취임식 전날 열리는 만찬을 포함해 6가지 행사에 각각 6명이 참석할 수 있는 티켓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와 트럼프와의 만남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부대행사에는 장재훈 부회장과 현대차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호세 무뇨스 사장, 그리고 미국 정통 외교관료 출신 성 김 대외협력 사장 등이 참석자로 거론되는데요. 정의선 회장이 참석해 트럼프와 회동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일 현대차그룹 관계자와 트럼프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최근 발표한 현대제철의 미국 내 제철소 건설 검토 등 그룹의 투자계획을 설명하는 한편, 관세 정책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이슈 등의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기부 사실을 인정한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트럼프 취임식에는 참석하지 않는다"며 "취임식 부대행사에는 임원들의 참석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습니다.
 
현대차·기아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해외 대관 조직 늘리며 공화당 쪽 접촉
 
그간 국내 주요 기업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접점을 늘리려 물밑 작업을 이어왔는데요. 네트워크가 풍부한 인사를 임원으로 스카우트하는 등 대관을 강화하는 분위기입니다.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고 정책 상황에 따라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해 북미 시장 경험이 많은 한진만 DS부문 미주 총괄을 DS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장으로 전진 배치했습니다. 대관 조직 글로벌퍼블릭어페이스(GPA)팀을 실 단위로 승격해 힘을 싣는 등의 조직개편도 단행했습니다. 삼성전자는 GPA를 통해 미국 현지 정부 관계자들과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SK그룹과 LG그룹도 각각 대관을 강화하며 트럼프 행정부와 접촉면을 늘리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SK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신설된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인 SK아메리카스의 신임 총괄로 폴 딜레이니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을 부사장으로 선임했습니다. LG그룹도 글로벌 대응 총괄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과 워싱턴 사무소를 중심으로 미국 현지 대외 협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발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는 현대차그룹 역시 지난해 해외 대관 조직인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로 격상시키며 일찌감치 대응에 나섰습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CEO로 호세 무뇨스를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무뇨스 사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현대차 북미 활동을 총괄하는 등 북미통으로 꼽힙니다. 또한 그룹 싱크탱크 수장으로 성 김 사장을 발탁해 대관을 강화했습니다.
 
특히 재계 총수들은 트럼프 측근인 공화당 인사들과도 친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트럼프 2기 주요 내각 자리 물망에 올랐던 트럼프의 핵심 측근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 만남을 이어왔습니다. 또한 현대차그룹 정 회장도 트럼프 최측근으로 알려진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아칸소 주지사와 지난해 두 차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통상 ‘STORM’을 돌파하는 법
 
트럼프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돌파하기 위해, 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관과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내 투자 및 생산량을 늘리려는 계획도 마련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국 내 생산시설을 둔 우호적인 기업에 관세 면제 가능성이 되레 높았던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낸 ‘2025년 글로벌 통상환경 전망 보고서’는고율관세와 더불어 역내 생산기업에 낮은 법인세율·완화된 규제 등 인센티브를 부과하는 방안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 제조 공급망에 대한 우리 기업의 기여도를 적극 설득함으로써 면제를 이끌어내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현재 내란 사태 장기화로 인한 국정 공백 상태로 트럼프의 카운터 파트너가 부재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되레 개별 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한 국가의 수장이기 전에 또 기업인 출신이기 때문에 기업의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다트럼프가 판단하기에 향후 정책이나 정치와 관련된 이슈에 부합하거나 득이 된다고 할 때에는 카운터 파트너와 상관없이 (기업과)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가 국정 공백 상태이기 때문에 트럼프 입장에서도 접촉할 수 있는 카운터 파트너는 기업인이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다공백 기간 우리 기업인들이 (통상 정책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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