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3.1절 메시지, 日 '강경'·北 '온건' 대비
"위안부 상처 당연히 치유 받아야..이산 상봉 정례화 제안"
2014-03-01 12:14:22 2014-03-01 12:18:11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우경화 논란에 휩싸인 일본에 강경한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북한을 향해서는 관계 개선의 의지를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5회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내년이면 한국과 일본은 국교 정상화 50년을 맞게 된다"는 말로 일본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한 나라의 역사 인식은 그 나라가 나아갈 미래를 가리키는 나침반"이라면서 "과거의 잘못을 돌아보지 못하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를 직접적으로 지칭하진 않았지만 "과오를 인정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및 재무장화 행보,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 검증 시도 등 최근 일본이 보인 움직임들에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진정한 용기는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양국이 과거의 아픈 역사를 딛고 새로운 번영의 미래로 함께 나갈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올바르고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의 반성과 변화를 주문했다.
 
특히 "한평생을 한 맺힌 억울함과 비통함 속에 살아오신, 이제 쉰다섯 분밖에 남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는 당연히 치유 받아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그동안 쌓아온 한국과 일본, 양국 국민들의 우정과 신뢰를 정치가 막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지금도 문화를 통해 양국 국민들은 마음을 나누고 있다"라고도 했다.
 
경색된 한일 양국의 관계가 자칫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정치권과 민간 차원을 구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인류 보편의 양심과 전후 독일 등의 선례에 따라 협력과 평화, 공영의 미래로 함께 갈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과거의 부정에서 벗어나 진실과 화해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박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이산의 한을 풀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할 것을 북한 당국에 제안한다"라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전격 제의했다.
 
3년 4개월 만에 열린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원만히 치러진 것으로 물꼬가 트인 남북 관계에 대한 개선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하나 된 민족, 통일된 한반도는 민족의 독립과 자존을 외쳤던 3·1운동 정신을 완성하는 것이며, 동북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통일된 한반도는 유라시아와 동북아를 연결하는 평화의 심장이 될 것이며, 동북아시아 국가들 역시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에서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찾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이러한 평화와 협력의 새 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북한이 핵을 내려놓고 남북 공동발전과 평화의 길을 선택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2월 있은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직후 나온 3.1절 기념사와 마찬가지로 핵 포기 원칙엔 변화가 없었지만, "통일 대박" 발언과 이산 상봉 이후부터는 분명히 유화 제스쳐를 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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