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주요 기업들이 내년 경영 계획 수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탄핵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졌지만 미 도널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다양한 외부 변수에 휩싸이면서 대내외적 글로벌 경영 환경을 점검하는 게 주요 과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을 비롯해 주요 기업들은 포스트 탄핵 정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아울러 기업 거시경제 동향 및 금융 시스템이 끼칠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4대 그룹.(사진=연합뉴스)
주요 기업들은 연말을 기해 내년 경영 전략과 목표를 수립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탄핵 정국이라는 엄중한 상황이 겹치면서 해당 사안이 기업 경영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된 의제가 될 전망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탄핵으로 정권이 바뀌는 상황을 감안하면 산업 정책 전반이 달라질 가능성이 농후해진다"며 "반도체 산업 지원이나 에너지 정책, 기업 프렌들리 여부 등 정부 기조가 대거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이어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변수에 직면한 만큼 기업들이 내년 경영 환경을 낙관할 수 없다"며 "경제는 심리에 연동되는데 장기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만큼 기업들도 투자에 소극적인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오는 17∼19일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합니다. 그룹 국내외 임원들은 이 자리에서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합니다. 아울러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습니다.
모바일과 가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 DX 부문은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부회장) 주재로 17~18일 양일간 열립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 DS 부문은 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 주관으로 19일에 회의를 엽니다.
이재용 회장은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추후 보고를 받습니다. 최근 위기론에 휩싸인 삼성전자는 해당 회의에서 그룹을 둘러싼 복합 위기를 진단하고, 근원적 경쟁력 회복 방안 등을 공유할 전망입니다.
LG전자는 이르면 이번주 조주완 최고경영자(CEO) 주재로 확대 경영회의를 엽니다. 각 사업본부 경영진과 해외 거점 지역 대표 등을 소집해 내년 사업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나눌 예정입니다. LG그룹은 지난 12일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사장단 협의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경영 과제를 비롯해 차별화된 미래 사업 역량 확보, 성장 기반 구축 방안 등을 두루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협의회는 2025년도 정기 임원 인사 후 열린 첫번째 최고경영진 회의였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주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통해 올해 사업 성과와 내년도 계획을 점검했습니다. SK그룹도 연초부터 추진해온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사업재편)을 가속화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둘 방침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점도 내년도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수출 비중이 높거나 원자재를 수입하는 등 업종은 환율에 따라 매출과 이익이 출렁이 는 구조입니다.
한국무역협회의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 분석'이라는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원자재를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국내 기업의 원료수입 비용이 상승한다"며 "환율 변동의 생산비용 파급효과는 전력, 가스 및 증기(8.41%), 석탄 및 석유제품(7.23%), 비철금속괴 및 1차제품(6.53%) 등에서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에서도 당분간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재만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탄핵소추안 표결 이후에도 국내 정치 불확실성 고조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로 인한 가계의 소비심리 약화, 기업 투자 유보 등은 국내 경기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며 원화 약세에 일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취약한 국내 경기 펀더멘털, 트럼프 집권 2기의 무역 갈등 심화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경제단체 수장들은 오는 17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산업계 입법 지원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간담회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참석합니다.
경제단체 수장들은 탄핵 정국 속 국정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경제 현안을 다뤄야 한다고 호소할 예정입니다. 특히 여야 간 무쟁점 법안인 반도체 지원법, AI 지원법, 전력망 확충법 등 첨단산업 육성과 인프라 지원법 등의 조속한 처리를 건의할 전망입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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