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남쪽 해안가에 있는 말뫼시는 '말뫼의 눈물'로 잘 알려진 도시다. 2002년 조선업 불황으로 세계적 규모의 조선업체 코쿰스가 문을 닫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우리나라 회사인 현대중공업에 매각했다. 크레인이 바다 멀리 울산으로 실려 가는 모습을 보며 말뫼 주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은 스웨덴 국영방송을 통해 생중계 되면서 '말뫼의 눈물'이란 말로 남았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말뫼시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우선 인구가 많이 늘었다. 1990년대 20만 중반 대의 인구가 지금은 30만 중반에 달한다. 도시에는 179개 국적의 주민들이 거주할 정도로 다양성이 높아졌다. 도시 인구의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태어났다. 12만명 이상이 외국 출생이고 7만명 이상은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이다. 이는 중동, 북아프리카, 유고슬라비아, 덴마크 등에서 이민 인구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런 도시 중흥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다. 1990년대 이후 시장직을 맡은 일마르 레팔루(Ilmar Reepalu) 시장이 무려 19년간 말뫼시를 이끌며 조선업 쇠퇴와 함께 몰락하는 도시를 재건축하기 시작했다. 기업인, 노조, 시장,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도시 비전 위원회에서는 도시가 장기적으로 어떤 산업을 육성해야 할지 끊임없이 토론을 했다. 레팔루 시장은 이렇게 도출된 산업 계획을 가지고 전통적인 공업 도시를 지식기반, 문화, 환경 도시로 변모시켜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려 했다. 그는 도시에 새로운 방향이 필요하다고 시민들을 설득했으며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망해버린 조선소 터에 친환경 뉴타운이 들어섰다. 중앙 정부에서 예산 지원을 받아내 말뫼대학을 이전시키고 IT 산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도록 후원했다. 뿐만 아니라 대형 크레인이 해체된 자리에 북유럽에서 가장 높은 54층 규모의 초대형 주상복합 건물(터닝 토르소)을 지어 대부분을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제공해 창업자를 유치했다. 또한 바다 너머 덴마크 코펜하겐과 외레순 대교를 건설해 도시를 국제도시로 변모시켰다. 말뫼 인구의 10%가 이 다리를 통해 코펜하겐으로 통근한다.
미래 경쟁력이 높은 바이오, IT,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주요한 역할을 했다. 코쿰스 조선소 본사 건물은 '미디어 에볼루션 시티'로 탈바꿈해 창업자들과 글로벌 기업에게 저렴한 사무실로 제공돼 500여개의 IT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했다.
환경적으로도 말뫼시의 재건축은 기존 건물을 허물고 재건축 하는 것보다는 친환경적방식으로 개조했다. 학교 건물은 자연 광물과 현지 생산 자재를 사용했고 풍력 발전, 태양열 패널, 배설물을 퇴비화하는 화장실 등 친환경적 재건축을 추진해 에코 시티를 만들었다.
물론 말뫼시도 완전한 성공을 이룬 것은 아니다. 신도심은 재개발됐지만, 구도심과의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폭력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말뫼시의 이민자 밀집 지역에서는 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가난한 소년들이 범죄조직에 노출돼 있다. 신도심 지역의 주택 가격이 크게 상승해 고학력 중산층이 주로 모이는데 비해, 저소득 계층은 외부로 밀려나거나 노숙자가 되는 등 여러 당면 과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 소멸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2%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적 발전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산업 취업자, 지역내총생산, 제조업 부가 가치 등에서 전국 대비 비수도권의 비중이 감소 추세에 있다. 한편 수도권으로는 인구가 집중되고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수도권에는 일자리, 교육, 문화 측면에서 기회가 많기 때문에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더욱 모여들면서 지방 대학들은 학생 모집조차 어려워하고 있다.
스웨덴 말뫼시민들도 조선업의 종말과 함께 대형 크레인을 철거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말뫼시는 지식산업으로 전환하며 창업자가 살기 좋은 도시, 친환경 도시로 탈바꿈했다. 우리는 말뫼시의 부활과 성장을 관심 있게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
전성민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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