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국민의 분노가 두렵지 않은가",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하고, 윤석열은 퇴진하라. 국민의 명령이다."
14일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 국민들이 빼곡히 앉아있다(사진=뉴스토마토)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오후 2시 여의도는 분노한 국민들로 빼곡히 찼습니다. 국회의사당역 앞이 무척 혼잡할 것을 예상해 시민들은 여의도역에서 내려 여의도 광장을 지나 국회로 전진했습니다. 여의도역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라는 피켓이 시민들 손마다 들려있었습니다.
14일 윤석열 탄핵 관련 피켓을 든 두 초등학생이 집회 참석키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반란수괴 윤석열 체포' 피켓을 들고 지나가던 양현서·김지호(여의도·13세)군은 "나중에 저희가 살아갈 나라인데 그래도 정상적으로 운영돼야하지 않을까해서 나왔다"며 "여의도에 살기도 하고, 친구랑 같이 나와봤다"고 했습니다. 지난 3일 밤 비상계엄령 선포됐을 때 "망했다"고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아이들과 같이 참여…"모두 함께하고 있다"
현장에는 추운 날씨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부모들이 많아 눈에 띄었습니다. 성남에서 세 아이들과 함께 왔다는 주설우(43세)씨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윤 대통령 탄핵에 힘을 보태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나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중학생인 첫째 아들은 "비상계엄령이 선포됐을 때 너무 놀랐고,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버지가 먼저 (집회에)나가자고 했는데, 그 때 바로 나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군포에서 두 아이들(7세, 5세)과 함께 올라왔다는 정모씨(38세)는 "교육 차원에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인데 이런 현상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나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을 앞두고 대학생들이 모여서 윤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여의도 집회 끝내고, 이제는 광화문으로
덕성여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오서연(25세)씨는 "(집회에)나오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고, 용기가 생겼다"며 "오늘 표결 결과를 솔직히 낙관하고 싶다. 헌법재판소 쪽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데 빨리 여의도 끝내고 광화문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오씨는 "지난주에도 학교에서 단체로 나왔다. 하지만 저번 주는 아예 개표를 못하지 않았나"라며 "대학 시국대회 측에서 2차를 한다고 해서 연장선으로 다시 참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 비상계엄령이 선포됐을 때는 공포보다는 믿지가 않아서 황당했다. 차차 진짜라는 것이 실감이 나면서, 6월 민주항쟁 시대가 아니다 보니까 책에서 건조하게 봤던 것들이 실제로 일어날까 두려웠다"고 했습니다.
즐거운 집회는 '또 하나의 차가운 분노'
집회 분위기는 마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신나는 노래와 춤, 집회 참가자들을 위한 음식과 가지각색 깃발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망원동에서 깃발을 손수 제작해 시위에 참여했다는 김원재(45세)씨는 "노래하고 응원봉 들고 춤춘다고 해서 기뻐서 즐거워서 나온 것이 아니다. 진정 즐겁지만 차가운 분노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의 권리가 짓밟는 것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나왔다"며 "탄핵을 가결시키는데 국민의 분노를 보여줘야 될 것 같아서 머릿수 보태러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 등이 이 차가운 분노를 확실하게 알고 잘 선택해 주리라고 믿는다"고 부연했습니다.
14일 국회의사당역에서 만난 한 시민. 손수 제작한 깃발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사진=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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