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군대에서 헬기를 몰다가 난청 증세를 얻고 퇴역한 군인이 법원에서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습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윤성진 판사는 퇴역군인 A씨가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북부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A씨는 1990년 육군에 입대해 헬기조종사로 근무하다가 2021년 정년 퇴역했습니다. 총 비행시간은 5764.6시간, 착륙 횟수는 1만2460회입니다. 이 중에서 500MD 기종의 비행시간이 4319.5시간, 착륙 횟수는 1만942회였습니다.
A씨는 2010년 5월24일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최초 진단받았고, 2021년 3월2일에는 순음청력 검사 결과 청력역치가 우측 65dB, 좌측 56dB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2022년 1월27일 열린 보훈심사위원회에서 재해부상군경 요건에 해당한다는 심의 결과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6월13일 서울북부보훈지청은 A씨에 대해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을 했습니다. 보훈심사회의의 심사 의결에 따른 겁니다. 난청이 국가의 수호 등과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을 직접적인 주된 원인으로 해 발생한 것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의 군복무 중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으로 발병·악화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일반적으로 85dB 이상의 소음에 3년 이상 노출되는 경우 소음성 난청이 발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육군 조사에 따르면 육군 항공기 조종사 중 500MD 기종 조종사가 청력검사 결과 가장 많은 불합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판결문에서 인용된 육군 조사 결과에서는 500MD 기종을 조종하는 경우 조종석에서 노출되는 소음이 평균 101.4dB이었습니다. 보호구 등을 착용하는 경우에도 최대 28.1dB 정도 차음되지만, 착용 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보호구가 점점 빠지는 현상이 나타나 차음 효과가 감소된다고 보고됐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또 "피고는 이미 이 사건 상이에 대해 원고를 재해부상군경으로 등록했다"며 "이는 이 사건 상이가 원고의 군복무로 인해 발병했거나 자연경과적 이상으로 악화되는 등 그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됨을 전제하는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상이가 군복무가 아닌 원고의 기왕증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기 때문에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된다'는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고가 헬기를 조종하던 중 노출된 소음을 지배적인 원인으로 해 발생한 소음성 난청이라고 봄이 옳고, 헬기를 조종하는 것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를 위한 경우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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