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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 16일 16:4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배터리 시장의 불확실성과 재무 부담이라는 이중 압력 속에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불거진 재고 문제와 더불어, 지속적인 투자 확대가 재무 안정성을 위협하며 위기 대응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로 인한 재고 누적과 연말에 인식한 불용재고 손실은 회사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는 생산 효율화와 원가 절감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재무부담을 해소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전년비 73.4% 감소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은 연결 기준으로 6조4512억원의 잠정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9.4%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25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약 3773억원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영업손실은 약 6028억원으로 확대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4분기 실적을 반영한 LG엔솔의 연간 실적은 매출 25조6196억원, 영업이익 575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매출은 2023년 대비 24.1%, 영업이익은 73.4% 감소했다. 이번 실적 악화는 LG엔솔이 직면한 배터리 시장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불용재고자산으로 약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인식한 것이 이번 적자전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LG엔솔은 2020년 12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줄곧 70%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으로 불리는 수요 둔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2023년 이후 가동률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2022년 연간 가동률은 73.6%로 정점을 찍었지만, 2023년 생산 조정으로 인해 70% 아래로 떨어져 69.3%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가동률은 59.8%까지 하락한 가운데 회사는 생산라인 축소와 재고 감축에 나선 상황이다.
가동률 하락과 함께 LG엔솔의 재고자산 총액도 감소했다. 2022년 7조원에 달했던 재고자산은 2023년 말 기준 5조3963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3분기 말에는 5조3658억원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2년 연속으로 약 2500억원 규모의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을 설정해야 했다. 불용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삼원계 배터리 NCM622 제품이 지목되고 있다. 해당 제품은 니켈, 코발트, 망간을 6:2:2 비율로 조합한 배터리로, 시장에서 하이니켈 제품으로 대체되며 수요가 급감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G엔솔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실적 악화 원인에 대해 "완성차 기업 등 고객사에서도 전기차 캐즘 때문에 주문량을 줄인 영향도 있고, 연말 재고 조정으로 손실을 인식한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원가절감 노력하지만 대규모 투자에 재무부담 '가중'
이 같은 불용재고 문제가 부각되면서 LG엔솔은 원가 절감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회사는 미국 미시간주 공장의 일부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제품 라인으로 전환하며, 생산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책은 단기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며, 구조적인 원가 경쟁력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G엔솔의 대규모 투자도 재무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LG엔솔의 자본적지출(CAPEX)은 9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 연간 CAPEX(10조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설비 확장을 위해 외화사채를 발행하며 자금을 조달했다. 현재 회사의 총차입금은 16.9조원에 이르며, 이 중 외화사채는 7조2505억원을 차지한다. 반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5.4조에 불과해 순차입금이 11.5조원까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비율은 지난해 말 24%에서 40%로 상승한 상태다.
LG엔솔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CAPEX의 경우 공장 신증설 등 당초 계획했던 투자를 집행한 결과"라면서 "올해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곧 있을 실적 발표회에서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엔솔의 실적 악화는 모회사인
LG화학(051910) 첨단소재 부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LG화학의 양극재 사업은 LG엔솔의 수요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LG엔솔의 원가 절감 및 재고조정이 이어지는 동안 양극재 사업의 속도조절 역시 불가피한 상황이다. LG화학은 2026년까지 글로벌 양극재 생산능력을 28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20만톤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LG화학은 LG엔솔을 제외한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여전히 LG엔솔의 매입 비중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LG화학의 양극재 사업의 성장 자체가 LG엔솔의 배터리 수요에 달려있는데다 LG화학의 첨단소재 부문 실적 개선이 그룹 전체의 안정성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LG엔솔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LG화학의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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