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다시 '스트롱맨' 시대…전 세계 '퍼펙트 스톰'
'미국 우선주의' 본격화…더 거칠어진 '트럼피즘'
'관세 무기화'로 실리 챙기는 '겁박 외교' 임박
국제질서 지각변동…'대행의 대행' 한국 비상
2025-01-20 06:00:00 2025-01-20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합니다. '미국 우선주의', '마가(MAGA)'는 트럼프 당선인이 4년 동안 보여줄 경제·외교·안보 기조를 한마디로 나타냅니다. 더 강력해져서 돌아온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는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를 압박해 실리를 쟁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역 관세뿐 아니라 외교·안보 등의 분야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넘어서는 패권주의가 노골적으로 나타나면서 동맹도, 우방도 없는 공포가 엄습합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강권 리더십 3각축이 다시 형성됩니다. 여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달라진 무게감도 더해지면서 말 그대로 이른바 '스트롱맨(strong man)의 시대'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전 세계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가져올 험난한 지각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상수 된 '관세 폭탄'…피아가 없다
 
트럼프 시즌2에서는 더 이상 세계화나 시장경제 바탕의 자유주의 질서는 논의 대상이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모든 국가에 무역장벽을 쌓겠다는 게 트럼프의 구상인데,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보이질 않습니다. 보호무역주의와 고관세 정책을 통해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경제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사실상의 '경제 민족주의'를 선언한 셈입니다.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관세를 최대 무기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이미 취임 전부터 그는 적대국과 우방국을 가리지 않는 '관세 폭탄' 공약을 쏟아내면서 무역전쟁 위기감을 고조시켰습니다. 대선 유세 기간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 부과를 선언했고, 특히 중국산 수입품에는 60% 이상의 고율 관세 부과를 공언했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11월엔 오랜 우방이자 인접국인 멕시코와 캐나다까지 콕 찍어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보호주의 앞에는 피아가 따로 없음을 천명한 것입니다. 이밖에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이 가입한 경제협력체 브릭스(BRICS)를 향해서도 관세 100%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들 국가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경우 100% 관세로 미국 수출 자체를 아예 막아버리겠다는 게 '관세맨' 트럼프의 세계관입니다.
 
패권주의 노골화…동맹도 우방도 없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후퇴할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세계의 경찰' 역할에서 손을 떼고 오로지 미국을 위한 외교를 추구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전임 정부가 추구했던 민주주의 가치나 다자주의 제도 확대가 아니라 미국의 국가 이익 관점에서 동맹국이나 여타 강대국들과의 관계를 재편하겠다는 게 트럼프의 구상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겁박 외교'는 전통의 우방국들을 향한 방위비 분담 압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부담을 현행 가이드라인인 2%에서 5%로 올릴 것을 주문하며 미국 안보 우산의 '무임승차 금지'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들이 미국의 세계 경찰 노릇에 대한 공정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를 집어삼킨 러시아가 유럽의 심장부로 진격하더라도 지켜주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트럼프의 취임으로 트럼프·시진핑·푸틴의 삼각 축이 8년 만에 부활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규모 파병을 감행하며 국제질서를 뒤흔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까지 가세하면서 새로운 지각변동을 예고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들 '스트롱맨'들과 브로맨스를 과시하고 있는 점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외교적 행보에 불안을 키우는 요소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 트럼프 1기 때와는 달라진 국제 정세 속, 얽히고설킨 각 국의 역학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면서 국제질서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입니다. 
 
'리더십 공백' 한국…'패싱' 불안감 고조  
 
문제는 전 세계가 '퍼펙트 스톰(복합위기)'이 예고된 상황에서 한국만 대비책이 전무하다는 점입니다. 대외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에서 최근 비상계엄 사태·탄핵 정국 등 대내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한국은 첩첩산중, 가시밭길입니다. 지난 7일 한국외교협회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언급처럼 한국 외교가 "미증유의 국내 정치적 갈등 상황으로 인해 손발이 묶여있는 형국"인 셈입니다.
 
국가 수장의 부재도 한국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대행의 대행' 시기가 길어질수록 강대국들의 한국 패싱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대내외 주요 기관들의 경고처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한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 정부의 목소리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일지 미지수입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조속히 국내 정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우리 정부가 경제 등 전반에 걸쳐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과 미·중 패권경쟁의 심화 가능성은 국제질서에 새로운 변수를 더하며 각 국의 안보와 경제 전략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은 거래지향적 국제질서 속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자·양자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비용 청구와 외교적 요구에 대비해 전략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9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에서 공화당 주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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