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2기 트럼프호' 출범과 관련해 민관 원팀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나 경제적 난관을 헤쳐 갈 수 있을지 불안감만 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책이 경제 향방의 주요 변수인 데다, 탄핵 절차상 우리나라의 정치 불확실성이 수개월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윤석열 지지자들이 법원 청사로 난입, 폭동을 일으키는 등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정치 환경의 양극화로 인한 불안 심리는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지난 8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360조 수출금융…위험요인 산재
김동준 원스톱 수출·수주지원단 부단장(기획재정부 1차관)은 20일 서울 나라키움 여의도 빌딩에서 '수출금융 협의체(Fin-eX) 간담회'를 열고 역대 최대 규모인 '360조원'의 수출금융 공급을 밝혔습니다.
김동준 부단장은 이날 "미국 신정부 출범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향후 기업의 수출 전선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기관별 수출금융 지원 계획도 내밀었습니다. 이는 20일(현지시간) 2기 트럼프호가 출항하면서 관세 정책 등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응할 기관별 금융지원안이 사실상 버티기용 지원에 불과할 뿐, 도약의 기회를 노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불안감과 기대감이 혼재된 복잡 양상이라는 견해가 높습니다.
더욱이 1기 집권 때와 달리 글로벌 환경에 예측을 불허하는 트럼프 특유의 극단적 성향이 더해지면서 불확실성 증대가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미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확대, 확장적 재정정책, 이민 정책 등은 위험요인으로 지목됩니다.
혼재한 유가 전망도 주요 변수입니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골드만삭스(러 제재, 이란 생산 감소 시 90달러 급등), 스탠다드차터드(매분기마다 추가 상승 전망) 등은 금년 유가 강세를 예상하고 있으나 상당수 기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원유생산 확대, 중동 산유국의 감산 완화 등 유가 하방 리스크가 점차 커질 가능성도 제기하는 등 전망이 혼재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산유국 제재, 자국 생산정책 등이 유가 향방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사진기자협회 등으로 구성된 언론현업단체원들이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서부지법 극우폭동·취재진 폭행 규탄 언론현업단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국 혼란 장기화에…'저성장 쇼크' 고착화
특히 내란 사태까지 겹친 우리나라로서는 정국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1%대 저성장 쇼크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최근 국내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탄핵정국 등과 같은 정치 이벤트로 시장 기대가 약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트럼프 2기 행정부 리스크 등 대외 리스크가 가중되면서 1%대 성장 가능성이 확대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 측도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1.9%에서 1.6~1.7%로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내수 소비, 건설투자 위축에 이어 지난해 12월 초 계엄사태로 인한 충격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경제심리가 악화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약 0.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오는 23일을 기점으로 발표될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와 관련해서도 "4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0.5%)을 크게 하회하는 0.2%나 이를 소폭 밑돌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기존 전망치 2.2%를 하회하는 2.0~2.1%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향후 수정 전망치를 더 낮출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빠른 해소가 경기회복 기반"
이날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이 밝힌 경제정책 불확실성(EPU) 충격 영향 분석을 보면, 탄핵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 이상 하락하고 투자는 0.8~1.2%포인트 감소한다고 봤습니다. 실업률은 0.3~0.6%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민주당 기재위 위원들은 긴급토론회를 통해 "지난해 내수부진 속에서도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도 올해 1.5%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탄핵절차의 신속한 종결을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경기회복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은 "경제지표,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고 낙관하거나 원화 약세 배경으로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 둔화에 더욱 주목하는 것은 정치권에 탄핵 위기를 신속히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약화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탄핵 위기의 장기화는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키고 양극화된 정치 환경은 (최상목) 권한대행 정부의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 회복을 어렵게 할 소지가 있다"며 "한국 경제에 대한 가장 낙관적인 평가조차 정치 위기의 장기화는 재앙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빨리 바로잡지 못하면 한국 경제와 대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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