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파손된 외벽 및 창문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이자 사법부의 근간인 법원이 습격당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윤석열씨가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구속되자, 지지자들 중 일부가 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겁니다. 야권은 이를 '제2의 내란 사태'로 규정했습니다.
이번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2021년 1월6일 미국에서 발생한 '의회 의사당 폭동' 사태를 연상케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극우세력의 준동에 의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짓밟혔고, 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대한 믿음도 뿌리째 흔들렸습니다. 앞으로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선 엄중한 책임 추궁과 함께 법치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폭동사태 피해액 6~7억 추산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날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갔습니다. 차은경 부장판사는 전날 새벽 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영장 실물과 수사 기록을 인계하도록 직원에게 지시한 뒤 퇴근했습니다. 이어 공수처는 오전 2시53분쯤 영장 실물과 기록을 받았고 2시59분쯤 영장 발부 사실을 언론에 공지했습니다.
윤씨의 구속 소식을 접한 윤씨의 지지자들은 격분해 오전 3시7분 경찰 저지선을 뚫고 법원 경내에 침입했습니다. 3시21분엔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패 등으로 유리창을 깨며 건물 내부로 난입했고, 법원 내부 집기를 부쉈습니다.
일부 지지자들은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기 위해 건물 7층으로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날 오전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시위대가) 7층까지 올라간 것으로 확인되는데 7층의 판사실 중 유독 영장판사 방만 의도적으로 파손되고 그 안에 들어간 흔적이 있는 것으로 봐서 이런 부분을 알고 오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실제 영장 발부 판사의 사무실은 영장판사의 방과는 다른 층에 있어 지지자들이 침입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찰은 1400여명을 투입해 오전 3시32분쯤 법원 내부로 들어가 지지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은 지지자들이 청사 내 물러나자 2차 침입을 대비해 전력을 차단할 수 있는 지하 2층 설비실로 이동했습니다. 오전 5시15분쯤 진압이 끝났지만, 일부 지지자들은 오전 7시28분쯤까지 청사 외부에서 경찰과 대치했습니다.
결국 경찰은 난동을 진압하고 현장에서 체포한 90명 중 6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특히 서부지법에 난입한 절반 이상이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유튜버도 3명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지자들의 난입으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당시 상황을 겪은 야간 당직 직원들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로 인한 물적 피해 규모는 약 6억∼7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외벽 마감재와 유리창, 셔터, CCTV 저장장치, 출입 통제 시스템, 책상 등 집기, 조형 미술작품이 파손됐습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서부지방법원 소요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대법관 회의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이 부추긴 폭동 사태…"강력한 처벌만이 답"
대법원을 포함해 검·경은 이번 사태에 대해 엄정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대법관들은 법원 난입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한다며 가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천대엽 처장은 "법관 개인이나 법원 재판에 대한 테러 행위 시도는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 부정일 뿐 아니라 모든 헌법기관 전체에 대한 부정행위일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며 대법관 회의 결과를 전했습니다.
세계 외신들도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특히 미국 의회 폭동 사태와 비교했습니다. 미국 의회 폭동 사태는 2021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 뒤 지지자들이 부정선거였음을 주장하며 의사당에서 난동을 부린 사건입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윤씨의 지지자들이 '도둑질을 멈춰라'라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자들의 구호를 똑같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첫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윤씨는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윤씨는 내란 사태 이후 지금까지 줄곧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지지자들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법조계에선 앞으로 이러한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폭동 가담자들을 대상으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에 소요죄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와 함께 임 교수는 "내란죄 해당 여부도 수사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액도 모두 폭동에 가담한 자들에게 배상하게 해야 한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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