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전투는 반드시 어려워야 하는가. 지난해 TCBT(비공개 시범 기술 테스트) 전후로 이 문제를 고민해 온 넥슨이 마침내 결론을 냈습니다.
넥슨은 지난 17일 배포한 카잔 데모판에 '쉬움' 난이도를 넣어, 많은 사람이 대장군 카잔의 복수를 포기하지 않도록 독려했습니다.
그간 넥슨은 주인공이 처한 현실과 복수의 여정이 처절하다는 점을 들어 '하드코어 액션 RPG'라는, 카잔의 장르적 특성을 강조해 왔는데요. 이 때문에 카잔은 TCBT 때 보여준 높은 난도를 유지한 채 기존 소울류 게임으로 출시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소울류 게임이란, 일본 프롬 소프트웨어의 '다크소울' 시리즈처럼 공격·방어에 현실적인 제약을 둬, 수많은 죽음 끝에 극복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장르입니다. 난이도 선택도 못 합니다. 이 게임을 즐기는 팬들은 세계관의 표현을 빌려 '망자'라고 일컬어집니다.
블레이드 팬텀이 잠식한 몸으로 깨어난 카잔. (이미지='카잔' 데모 실행 화면)
하지만 넥슨은 망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 게임을 포기할 사람들이 눈에 밟힌 모양입니다. 그만큼 장르 고유의 매력 외에 서사와 연출 면에서도 자신이 있다는 얘기겠죠.
이 게임은 펠 로스 제국의 황제가 광룡을 물리친 대장군 카잔을 배신하고, 그의 양팔 힘줄을 끊어 유배지로 쫓아내며 시작합니다. 악귀 '팬텀 블레이드'는 설산 하인마흐를 지나던 호송차를 공격해 카잔의 육신을 잠식하는데요.
이번 데모판은 한때 구국의 영웅이었지만, 이제는 '몰락한 별'이 된 카잔이 팬텀 블레이드와 계약을 맺고 복수의 여정에 오르는 서막을 다룹니다.
카잔 데모는 망자가 아닌 게이머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우선 TCBT 때와 달리 아이템 제공에 인색하지 않아서, 1막 보스 예투가를 만나기 전부터 강한 무기와 방어구로 무장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스물두 번 도전해 예투가를 이겼는데요. 적의 공격으로 기운(스테미나)이 바닥나면 움직일 수 없는 '탈진' 상태가 완화된 영향도 컸습니다.
스물두 번 만에 쓰러뜨린 예투가. (이미지='카잔' 데모 실행 화면)
탈진한 카잔은 기운 막대가 완전히 차거나 적에게 한 번 더 맞을 때까지 움직이지 못합니다. 지난 TCBT 때만 해도 걸핏하면 탈진돼 죽던 카잔이, 이번 데모에선 금방 회복해 도부(칼·도끼)를 맘껏 휘두를 수 있었습니다.
고생 끝에 예투가를 이기면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여기서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일반' 난도로 복수를 계속할지, 아니면 쉬움을 택해 카잔의 여정을 함께할지를요.
예투가를 이긴 카잔은 자기 육신을 장악한 팬텀 블레이드를 없애기 위해, 반투족의 신이 내린 세 가지 시련을 극복합니다. 게이머는 이 과정에서 대검과 창을 얻고, 스킬도 늘려가며 다양한 전투의 재미를 알아갑니다.
시련을 극복한 카잔은 팬텀 블레이드를 없애는 대신, 복수에 필요한 힘을 가진 그와 계약을 맺고 제품판에서 펼쳐질 복수극을 예고합니다.
카잔은 복수를 위해 팬텀 블레이드와 함께하기로 한다. (이미지='카잔' 데모 실행 화면)
최근 한국 게임은 정통 소울 'P의 거짓(2023년)', 그리고 '스타워즈 제다이'처럼 소울의 외양에 편의성을 더한 '스텔라 블레이드(2024년)'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았습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주인공 행동을 제약하는 스테미나 막대가 없고, 스토리 모드도 제공합니다. 물론 높은 난도를 선택하면 소울처럼 어려워지죠.
2025년 넥슨은 제3의 길을 택했습니다. 소울 게임에 낮은 난도를 추가해 본래의 게임성도 지키고 낙오자도 줄이는 겁니다.
카잔 데모는 이렇게 초보의 우려를 불식하고, 서사와 연출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있습니다.
카잔 제품판은 3월28일 콘솔과 PC로 전 세계 발매됩니다. 이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락한 별' 카잔을 하늘에 띄울지, 전 세계 게임 팬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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